서울혁신파크 4대 프로젝트 옥상에서 작당을 모의하다
Q.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A. 네, 저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옥상 공유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성원입니다. 서울혁신파크 5개동 8개의 옥상을 시민들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공유지로 함께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유동에 있는) 크리킨디 센터의 미장학교에서 수업도 가르치고 있어요.
Q. 옥상공유지 프로젝트와 이것을 운영하는 옥상협의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넓은 옥상 공간을 한 단체가 전부 운영할 순 없어요. 여러 사람이, 시민들의 역량이 모여야지만 가능해요. 옥상을 잘 활용하고 있는 해외사례들을 보더라도 한 단체가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많은 단체가 협력해서 운영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굉장히 많고요. 혁신파크 옥상 프로젝트 역시 한 단체가 아니라 파크 입주단체 중 옥상을 활용하고 싶은 단체들, 은평구 주민들, 혁신파크, 서울시, 지자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모두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목표예요. 중요한 건 처음부터 이런 것이 ‘협의체다’ 라고 정형화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함께 하는 협력의 경험을 먼저 겪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의체를 만들려고 합니다. 올해 서울혁신파크 8개의 옥상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이런 협의체가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속에서 점점 활성화될 예정이에요.
Q. (옥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거군요. 4월 상상청 개관식 때 오픈 포럼을 하신 것도 그런 이유였고요.
A. 네. 그런데 협의체 구성이 오픈 포럼과 같은 행사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보통 공유지 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있잖아요.
-맞아요, 버려진 땅처럼 되어버리죠.
그냥 공유지로 두면 주인의식이 없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옥상 공유지의 경우에는, 호스트 단체와 게스트 단체라는 것이 있어요. 호스트 단체는 혁신파크에 입주해 있거나 지역주민인데 옥상을 좀 더 정기적으로, 장기적으로 또는 주기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단체예요. 그만큼 운영과 관련된 책임을 지고 주인의식을 갖게 되죠. 그만큼 옥상을 더 많이 쓰기도 하지만 좀 더 주도적이고, 운영과 관련된 자기 책임도 있는. 그런데 호스트만 쓰게 되면 반대로 개방성이 없어져요. 어떤 사람들은 ‘나는 1년에 한 번, 아주 간헐적으로 쓰게 될 거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들은 게스트 단체가 되는 거예요. (호스트 단체보다) 약간의 책임성과 관여도를 갖게 되지만 이런 게스트 단체의 결합을 통해 옥상 공유지는 개방성을 확보할 수 있죠. 서로 적절한 활용을 통해 적극적인 관여도와 개방성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Q. 여러 (사람) 단체들의 요구사항을 다 충족시키려면, 협의체 운영이 힘들 거 같아요.
A. 그래서 자발성이 중요해요. 자기가 어떤 공간을 쓰고자 할 때 혹은 더 많이 쓰고자 할 때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으면 가능할 거라고 봐요. 옥상을 나의 활동 공간으로 쓰고자 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 여긴 내 공간이야 라는 심리적 관여도가 높아지는 게 먼저예요. 자발성과 심리적 관여도, 주인의식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지원이나 기타 등등이 결합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다가 전체가 함께하는 행사도 있고 따로 하는 것도 있고. 이런 것들이 열려있게 만들어보려고 해요. 옛날 조직들은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수직적인 구조였지만 협의체는 네트워크 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직이 결정하지만 아니라고 판단되면 빠질 수도 있는 자율성이 있어야 해요. 사회라고 하는건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해요. 하나의 원칙이라던가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강압적인) 방향이 있어서는 안 돼요. 참여하거나 안 하거나 선택할 수 있고 혹은 간헐적인 방식도 가능하고요. 들고 남이 자유로워지면 더 잘 운영될 것이라고 봐요.
Q. 그렇다면 (공유지가) 살아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우선은 공공장소라고 하는 게 필요해요. 국가가 가지고 있는 공적 장소 라는 개념이라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적 공유공간-public space 또는 common space-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서로 협의를 통해서 가꿔나가는 공간이죠. 우리 사회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없거든요.
그리고 그런 공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요. ‘① 일상성’이에요.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어떻게 조직해나갈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해요. 그러면 이벤트성 돈이 투여되지 않아도 일상적인 활용들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 될 수 있거든요. 나머지 두 가지는 바로 ‘② 안전’과 ‘③ 안락함’이예요. 안전은 사고로부터의 안전, 보안 등의 의미이고요. 안락함은 활동에 적합한 안락함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 옥상을 올라가면 덥고 쉴 곳이 없잖아요. 야외 마당도 마찬가지이고. 캐노피나 파빌리온, 의자 등 각각의 활동에 적합한 것들을 더 만들어 둘 필요가 있어요.
미래청 2층 테라스만 봐도 알 수 있죠. 차양이 있고 테이블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이 공간을 안락하게 느끼고 오는거 거든요. 만약 이런 것들이 없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담배피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요?(하하)
그렇죠. 옥상이나 마당이나 어느 곳이나 사람들이 ‘편안해’, ‘밤에 와도 안전해’, ‘쉴 곳도 있어’라는 공간적 메시지를 계속 줘야 해요. 그런 것들이 공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필수 요소에요.
Q. 올해 옥상 활용 목표가 있으신가요?
A. 8개의 옥상에서 (최소) 한 번씩은 모두 행사를 해보는 것.(하하) 공간마다 천상 식탁, 카페, 놀이터 등 다르게 조성해서 한 달에 최소 5~6번씩은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 ‘내가 책임지고 이끌어갈 거야’하는 주관단체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걸 만들어가기 위해서 일종의 샘플링같은 이벤트를 진행해보고 있고요. 옥상이 많은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는 주체들이 얼마만큼 모이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거죠. 옥상농장을 하고자 하는 은평도시농업센터나 크리킨디 센터, 공연하는 극단이나 예술하는 분들, 오늘과 같이 하우스 댄스파티하는 친구들이 이런 행사를 또 연다든지, 옥상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든지. 옥상을 활성화시킨다는 건 지상에서 가능한 모든 사회적 야외활동들이 바로 (옥상에서도) 가능하다는 메세지를 보여주는 것,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Q. 그럼 (개인적으로) 혁신 파크 8개 옥상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옥상은 어디인가요?
A. 음…미래청 맨 위의 옥상이요. 그곳에서 은평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을 전망대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곳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자기가 사는 곳을 객관화시켜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그래서 세월이 지났을 때 나의 기억과 추억들이 많이 묻어 있어, 멀리서 (동네를) 바라봤을 때 그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글, 사진 : 이나라(서울혁신센터 사업지원팀 홍보파트)